전남 화순군 대곡리에서 출토된 청동 팔주령(국보 제143호). 고물로 나온 유물을 엿장수가
도청에 전해 국보로 살아남았다. 기원전 3세기 무렵 제작됐으며
지름 12.3cm.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71년 12월, 문화재연구소 조유전 학예사는 출장길에 전남도청에 들렀다가 그곳에 보관
중이던 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 등 청동기 11점을 확인했다. 도청 관계자에게
자초지종을 확인하던 조 학예사는 하마터면 ‘국보급 유물’이 사라질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해 여름 동네 주민이 집 둘레에 배수로를 파던 중 땅속에서 여러 점의 유물을 발견해
보관하다가 고물을 수집하던 엿장수에게 넘겼으나 다행히도 엿장수가 그것이
유물임을 알아보고 도청에 전해주고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며칠 후 조 학예사 일행은 유물이 발견된 화순 대곡리를 찾아 발굴에 나섰다. 교란된 흙을
제거하자 곧이어 무덤 구덩이의 윤곽이 드러났고 그 속에서 큼지막한 목관 조각이
발견됐지만 기대했던 유물은 더 이상 출토되지 않았다.
엿장수 덕에 살아남은 청동기는 우리나라 청동기 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인정받아 이듬해 3월 국보로 지정됐다.
2008년 2월, 국립광주박물관 연구원들은 대곡리 무덤에 대한 재발굴에 나섰다. 폐가로
변한 민가의 일부를 헐어내고 발굴을 시작했는데, 민가 아래에 묻혀 있어 과거에
조사하지 못했던 곳에서 동검 2점을 새로이 찾아냈다.
학계에선 이 무덤 주인공이 대전 괴정동 청동기의 소유자보다는 1세기가량 늦은 서기전
3세기 무렵에 청동제 무기를 기반으로 위세를 떨치던 족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청동거울이나 청동방울 등을 이용해 신비로운 능력을 보여주며 제사장 역할을
함께 수행한 인물이라 추정한다. 우여곡절을 겪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곡리 청동기는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한 페이지를 메워 주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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