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펜젤러 증손녀가 배재학당박물관에 기증 -
“안녕하세요, 저는 헨리 아펜젤러의 증손녀입니다. 조선의 왕이 우리 증조할아버지에게 선물해
귀한 가보로 내려오는 장롱을 한국에 기증하고 싶어요.”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정동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담당 학예사 앞으로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발신자는 미국 델라웨어에 사는 여성 다이앤 크롬(66). 아펜젤러의 후손이라고 밝힌 그는
“어릴 때부터 늘 거실에 놓여 있어 스케치북에 그렸고, 친구들이 올 때마다 한국에서
온 선물이라고 자랑했던 가구지만, 우리 가족이 간직할 때보다 한국에 있을 때
더 빛이 날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감상하고 아펜젤러의 정신을
기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증 의사를 전했다.
고종이 미국인 선교사로 한국에 첫 서양식 학교인 배재학당을 세운 헨리 아펜젤러
(Appenzeller·1858~1902)에게 하사한 ‘나전흑칠삼층장(螺鈿黑漆三層欌)’이
130여 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관장 김종헌)은 “한국 근대 교육에 헌신한 데 대한 감사 의미로
고종이 아펜젤러에게 선물한 삼층장을 지난 연말 아펜젤러의 증손녀
크롬 여사에게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삼층장은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가 보관하다가 그의 아들인 커티스 크롬을
거쳐 다시 그의 딸에게 전해졌다. 델라웨어에 있는 박물관에서 일한다는 크롬 여사는
“유물의 보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고,
앞으로도 100년 이상 보존하려면 보수가 필요할 것 같아 한국의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나전흑칠삼층장은 높이 180.3㎝, 가로 114.9㎝, 세로 54.6㎝. 검은 옻칠 바탕에 전복 껍데기
(나전)의 영롱한 빛깔이 어우러진 19세기 말 조선 나전칠기 공예의 최고급 명품이다.
나전으로 수복(壽福) 문자, 산수 인물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영지, 나비와 꽃 등을 정교하게
장식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지난 연말 유물이 도착한 후 공예사·민속·해외교류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평가위원회를 열었다. 삼층장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나전의
전통 양식과 근대적 양식이 절충된 작품으로 소장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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