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는 이중섭, 박수근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역경을 겪었다. 생전에 작품이 팔리지 않아 생활고와 함께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권진규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고,
사후에 독창적 예술세계와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재조명됐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권진규는 1945년 함흥미술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1947년
이쾌대가 세운 성북회화연구소에 들어가 이쾌대의 지도 아래 미술을 공부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1949년 도쿄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학과에 입학했고,
조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일본 유학 시절 권진규는 석고, 브론즈, 석조 등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귀국 후 ‘한국 정통성에 대한 현대적 계승’을 고민하며 테라코타와 건칠 작업에 주력했다.
특히 권진규는 테라코타를 사랑했다. 당시 한국 조각계에서는 금속 용접 조각이
유행했다. 하지만 권진규는 유행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테라코타는 ‘구운 흙’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구웠을 때 단단해지는 점토의 성질을
이용해서 만든 조각·건축 장식 등을 말한다. 테라코타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애용되어 온 조각 기법으로 고대 무덤, 벽 장식, 부장품 등에 활용됐다.
권진규는 테라코타가 지닌 성질의 영원성에 주목했다.
권진규는 자신의 명함에 ‘테라코타 권진규’라고 적어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테라코타에 투영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소재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도 느낄 수 있다.
(부산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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