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겨울을 주제로 한 그림을 평생 몇 점 그리지 않았다. 그가 남긴 대부분의 풍경화는 봄, 여름, 가을 경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한 ‘눈 덮인 풍경’(1888년·사진)은 어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건 1888년 2월, 프랑스 파리를 떠나 아를에 도착한 직후였다. 남프랑스의 따뜻한 색감과 강렬한 햇빛을 쫓아왔지만 마을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었다. 실망스러운 날씨였지만 화가는 이내 붓을 꺼내 들었다. 눈 덮인 넓은 들판은 단조로운 배경처럼 보이지만 갈색, 녹색, 파란색의 두껍고 독특한 붓질 덕분에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화면 왼쪽에서 시작돼 눈 덮인 산을 향해 이어지는 흙길에는 걸어가는 남자와 개의 뒷모습이 작게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