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들 방에 오래 걸어뒀던 그림이에요.
이건희 컬렉션의 첫 전시 ‘한국미술명작’을 보러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이 그림 앞에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한다.
‘공기놀이’ 얘기다. 다가가 화가의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장욱진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평생 까치와 나무와 가족을 공책만 한 화폭에 담으며
“작은 것들을 친절하게 봐주라”던 장욱진이다.
언제 이런 낯선 그림을 그린 걸까?
"지금 5학년인데 졸업을 하고는 미술학교로 가겠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할 바가 있을 줄 압니다."
1938년 장욱진(1917~90)이 전조선 학생미술전람회 중등부에서 특선, 그중에서도
최고상에 꼽혔을 때 양정중 미술부 지도교사가 신문에 한 인터뷰다. 86년 뒤,
제자가 이렇게 사랑받는 화가가 될 줄 스승은 짐작이나 했을까.
‘공기놀이’는 이때의 수상작이다.
흰 저고리와 행주치마에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하늘색·분홍색 치맛자락을 추스른 채
쪼그려 앉은 몸의 덩어리 감은 살렸고, 소녀들의 표정은 과감하게 생략해 버렸다.
서울 내수동 집 한옥 안채 앞에서 하녀들이 공기놀이하는
정경을 학생 장욱진은 인상파 화가처럼 포착했다.
그림은 동료 화가 박상옥(1915~68)이 간직하다가 그의 사후 삼성가로 들어갔다.
장욱진의 장녀인 장경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은 “1970년경 박상옥
선생님의 아드님이 ‘사 주실 수 있겠냐’며 가져왔다. 아버지는 ‘하도 이 그림을
좋아해서 줬는데 끝까지 간직하고 있었네’ 하고 반기며 흐려진 인장 대신
새로 서명을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삼성을 연결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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