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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일이 없습니다"

김정웅 2023. 8. 22. 00:04

 

열 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에 쎄게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맹사성'은 조선 세종대왕 시절 황희정승과 더불어
세종대왕의 치세를 도와 문민정치의 
기틀을 다진 명재상이었다. 

청렴결백과 효성으로 소문난 어진 정승이었던 '맹사성'도 
어린 젊은 나이로 장원급제 했던 시절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었던 적이 있다. 

태종실록, 고려사, 팔도지리지 등을 완성시켰으며 
세자인 양녕대군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훗날 부와 권력을 떠나 조용히 노년을 즐기는
'피리 부는 정승' 으로도 알려졌다.

그의 청렴한 생활 자세와 지극한 효성은 오늘날까지 
크게 존경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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