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호넷 탑재되는 F414급 고성능 엔진… ‘시행착오’ 중국의 5분의 1 예산으로 개발
‘제공호’부터 쌓인 국내 항공기 엔진 기술력
국내 방산업계는 오랜 기간 미국 업체들과 정식 계약으로 기술·부품을 받아 전투기용 엔진
기술을 국산화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1350도 수준의 TIT를 가진 터보팬 엔진 기술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공호 시절부터 팬블레이드·압축기·터빈 디스크·노즐 등 핵심
구성 요소 기술을 확보했거나, 이미 미국산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 국산화 제품을 만들어 군에
납품하는 터다. 이 정도 기술이라면 T-50용 엔진과 유사한 제품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한국 정부와 업체는 중국처럼 서두르지 않고 ‘정석’ 절차를 밟아 착실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사청이 2030년대 중반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엔진은 현재 KF-21이나 미군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에 탑재되는 F414급에 해당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단계적 진화 방식의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우선 5500파운드급 엔진을
만들어 이를 경량 무인전투기 KUS-LW에 적용해 성능 및 신뢰성을 검증한 후 △1만 파운드급
엔진을 개발해 중형 무인전투기 KUS-FC에 탑재한 다음 △엔진 TIT를 점진적으로 올려
궁극적으로는 전투기 탑재가 가능한 수준의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만드는 게
한국형 전투기 엔진 개발의 구상이다.
이렇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개발된 1만5000파운드급 엔진도 곧장 전투기에 탑재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우선 KF-21 전투기의 예비 엔진, T-50 훈련기 후속 기종의 엔진으로 적용해 충분한
데이터와 신뢰성을 확보한 후 전투기용 엔진으로 본격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엔진을 섣불리 썼다가 자칫 중국처럼 전투기가 추락하고 공중에서 두 동강 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올해 시작되는 엔진 개발 프로젝트의 완료 목표 시기는 2037년이다. 방사청이 추산하는
전체 사업 예산은 약 5조 원이다. 중국이 한 종류의 엔진을 개발하고자 퍼부은 돈의 5분의
1도 안 되는 예산과 4분의 1에 불과한 사업 기간으로 고성능 엔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국형 F414 엔진’이 완성되고, 이 엔진이 T-50/FA-50 후계 기종이나 KF-21
블록 3 같은 차세대 기종에 탑재되면 한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전투기 독자개발·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전투기 동체부터 레이더, 전자장비, 각종 센서와 엔진까지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정도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전투기 구성 요소를 오롯이 독자 생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국이 국내에서 개발·
제작한전투기를 해외에 팔 때 미국 등 기술 유관국가의 수출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형 전투용 항공기의 수출 유연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당국 계획대로
국산 전투기 엔진이 성공적으로 제작돼 한국이 진정한 항공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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