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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복잡한 이유

김정웅 2024. 11. 12. 00:04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특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선출은 복잡함의 극치다. 뽑는 방식도 각 주마다 다르다. 뽑는 인원도 다르다. 
마감일도 제멋대로다. 투표가 끝나도 대통령이 확정되지도 않는다. 어떤 후보는 
국민의 지지를 더 받고도 떨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그리고 미국인들은 왜 바꾸지 않는 걸까?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연방제 국가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특히 연방을 이루는 
각 주의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초기 국가 설계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건국 초기로 돌아가야 한다.

1607년 배 한 척이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다. 이 배에는 104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다. 
영국에서 온 첫 이주민들이다. 이들은 미국 최초의 주인 버지니아를 만들었다.

1620년에는 또 다른 배가 미 동부 해안가에 도착했다. 이 배에는 102명의 이주민이 
타고 있었다. 지금의 미국인들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하는 필그림 파더스

(Pilgrim Fathers)들이다. 이들이 타고 온 배가 그 유명한 메이플라워호다. 

아무것도 없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들이 살아남은 건 인디언들이 먹을 것을 

나눠 준 덕이 컸다. 여기서 유래한 게 추수감사절인 땡스기빙데이

(Thanksgiving Day)다. 이 미국 조상들이 매사추세츠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약 150년이 지난 1776년으로 건너뛴다. 수백 명에 불과하던 신대륙 
이주민들은 약 250만 명으로 불어났다. 주 역시 13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들은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처음부터 독립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신대륙 정착민들의 생활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당시 세계 최대 시장인 영국에 담배와 농산물을 수출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꽤 부유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땅을 두고 
프랑스와 인디언과의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사정은 급변하게 된다. 

이 막대한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영국은 미국의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고, 이 바람에 이주민들의 파산이 속출했다. 그런데 관세는 국가와 

국가간에 물건이 오갈 때 매기는 세금이다. 관세를 내라는 것은 신대륙을 영국이 

아닌 외국으로 본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주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더 이상 영국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이주민들 사이에 급격히 커져갔다.

그리고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 항구에서 차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그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이다. 신대륙의 이주민들도 대부분 영국인인지라 
차없으면 못사는 사람들이었다. 미국으로 오는 찻값이 급등하자 흥분한 이주민들이 
배에 올라 영국에서 온 차를 통째로 바다에 던져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얼마 후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보스턴 차 사건이 없었다면 스타벅스도 없었을지 모른다.

미국 지도를 보면 매사추세츠부터 조지아까지 동부 해안가를 따라 다닥다닥 13개의 
주가 붙어 있다. 소위 미국의 '특별한 13개 주이다. 건국 전부터 있었던 '최초의 13개 
주인 이들이 오늘날의 헌법, 대통령 선거, 연방제 등 지금의 미국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이 지점에서 먼저 주(州), State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주를 영어로 
'State'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State'를 '주'라고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State'는 '국가'라는 뜻이다. 영어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있다. 
미국의 특별한 13개 주 역시 자신들을 하나의 국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13개 주는 법은 물론 화폐도 달랐다.

6년 전쟁 끝에 미국은 영국을 이기고 1781년 실질적인 독립을 이룬다. 
우리는 보통 이를 미국의 독립이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특별한 13개 국가의 개별적인 독립이다.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연합 작전을 펴지만, 독립전쟁 와중에도 한 나라를 이룰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 곧 깨닫게 되었다. 
 영국이 언제 다시 반격해 올지도 몰랐다. 프랑스, 스페인 같은 당대의 최강
대국들도 미대륙에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나 된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13개 주의 대표들이 모여 대륙회의를 열었다. 초대 대통령이 되는 
조지 워싱턴, 2대 대통령이 되는 존 애덤스 등 소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는 쉽지 않았다. 각 주마다 인종도, 종교도,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모두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우선 국가의 큰 방향부터 정해야 했다. 신대륙 정착민들은 대부분 본국에서 
정치적·경제적· 종교적·신분적 억압에 좌절해 목숨 걸고 그 험한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미국의 중앙 정부가 영국만큼이나 강해져 자신들을 
억압해 올까 봐 두려워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였다.

건국의 아버지들 역시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한 사람들이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중앙 정부의 힘이 너무 세지지 않도록 연방제로 뜻이 모이게 된 것이다. 
그때의 결정 덕에 미국의 주들은 지금도 독자적인 정부, 의회, 법원은 물론 자체적인 
군대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불안했던 모양이다. 13개 주는 아예 헌법에 
명시된 것 외에 연방 정부는 각주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못 박아버렸다.

한편 당시 미국의 정착민 중에서는 다시 영국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친영파들은 연방 국가의 출현이 분명해지자 대거 북쪽으로 
이동해 캐나다를 이루게 되었다.

연방제도 합의가 쉽지 않았지만, 그다음은 더 어려웠다. 연방을 이끌 대통령과 
의회를 어떻게 뽑고,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각 주마다 인구와 인구 구성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은 주는 더 많은 의석수를 원했고, 
인구가 적은 주는 동등한 의석수를 원했다.

수많은 격론 끝에 묘안을 하나 만들어 냈다. 의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하원은 인구가 많은 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구 비례로 구성하기로 했다. 
대신 상원은 인구가 적은 주의 의견을 따라 각 주당 동등하게 2명씩하기로 했다.

당시 '인구'라 함은 백인 남성을 말한다. 여성과 흑인은 선거권이 없던 시대다. 
그러자 흑인 노예가 인구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조지아 같은 남부 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인구수가 많은 북부가 매번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흑인 노예 1명을 백인의 5분의 3명으로 

계산해 의석수를 갖기로 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간접선거제다. 이게 오늘날 미국 선거 제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다. 이것도 이 특별한 13개 주의 결정 사항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주민들의 집단 지성 따윈 믿지 않았다. 좋은 대통령을 뽑을 판단 

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대신해 대통령을 선택해줄 똑똑한 사람을 

뽑게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이게 오늘날의 선거인단이다. 영국 본토와 

다를 바 없는 엘리트주의 내지 귀족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경험이 전혀 없는 데 따른 한계라 할 것이다.

당시는 도로나 교통편이 좋던 시대가 아니다. 간선제 채택은 국민 전체의 투표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했다. 어쨌든 선거인단 제도는 

인구수가 많은 주의 영향력은 줄이고, 인구수가 적은 주의 영향력은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상원과 하원에 맞추기로 했다.

미국의 선거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승자독식제다. 한 표만 더 얻어도 
그 주의 전체 선거인단을 모두 갖게 되는 제도다. 승자독식제는 그 '주'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하나로 통일한다'라는 뜻이다. 이 방식도 인구가 적은 주에게 유리하다. 

박빙의 승부일 경우 작은 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제는 

주가 하나의 국가 개념이기 때문에 마치 한 나라에 대통령이 한 명이듯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도 한 명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1789년, 드디어 13개 주가 모두 참여하는 ‘United States 

of America'가 출범하게 되었다. 이중 델라웨어주가 가장 먼저 미국의 헌법을 
승인해 '첫 번째 First State'라는 칭호를 얻었다. 델라웨어주는 트럼프를 
이기고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이 상원의원을 지낸 곳이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뿐 아니라 초기의 13개 주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미국 국기를 보면 왼쪽 위의 사각박스 안에 50개의 별이 있다. 모두 알다시피 
현재의 미국을 이루는 50개 주를 말한다. 하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의 줄무늬가 무얼 
상징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를 세어 보면 13줄이다. 바로 '특별한 13개 주'다. 

이 13개의 주 이름 맞히기는 미국 이민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선거 제도는 복잡하기도 할뿐더러 결정적인 결함도 가지고 있다. 
우선 승자독식제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사표가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 
득표율이 높음에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실제로 2000년의 
엘 고어가 2016년의 힐러리 클린턴이 그랬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여전히 이 복잡한 선거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간혹 직선제로의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개헌이 가장 어려운 나라다. 헌법을 한자라도 바꾸려면 상원과 

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동시에 50개의 주에서도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그것도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3년 안에 마쳐야 한다.

직선제를 할 경우 작은 주들은 미국에서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찬성할 리가 없다. 누군가 지금의 선거 제도를 힘으로 바꾸려 한다면 연방의 
해체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미국의 선거 제도는 지금의 복잡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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