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든꽃♡

김정웅 2024. 12. 25. 00:02

 

가을이 내리던 날 요양 병원문을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엄마…여기 한 달만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이 엄마 걱정은 말고 어여가"

"엄마 ,걱정하지 마 딱 한 달만 있으면 돼 알았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추락하는 눈물에 들어있는 아픔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헤어진 뒤,

엄마가 잠들지 않는 바다를 닮아가고 있는 걸 알았는지
아들은 한 달 뒤 겨울의 문턱을 밟으며 병원을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늙은 이 애미 걱정을 말고 젊은 너 걱정이나 혀"

바람길 숭숭 난 가슴을 애써 숨긴 아들은 병원 앞마당에 
핀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빈화병에 꽂아두며,

"엄마…. 저 꽃병에 꽃이 시들기 전에
꼭 다시 와서 엄마 데리고 나갈게"

희망 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의 귀에
다른 가을이 와도 아들의 발소리는
들려오질 않았지만,

꽃이 시들면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일 매일 "시든꽃"병에 눈물을 채워 넣으며 아들을 
바라보듯 웃음짓기만 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 꽃이 다 시들었는데 제가 버려드릴게요"

"안 돼! 손대지 말어"

"시든꽃" 이라도 아름다워서일까?

세월바람에 꾸덕꾸덕 말라져 가는 꽃들을 매일 매일 눈에 
넣으려 간호사의 호의조차 거절한 할머니는,

행여나 그 꽃이 사라지면 기다리는 아들이 오지 않을까 봐,

만날 순 없어도 느낄 순 있다는 듯 "시든꽃"만 온종일 바라보고 
있는걸 보며 병실 안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딱 보면 몰러….. 아들이 버리고 간 거지"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지"

깎아지른 인생길에 다시 찾아온 가을이
문을 닫고 가버린 자리에,

또 다른 얼굴을 내민 가을따라 마디마디 심어놓은 
서러움으로 하루를 버티시던 할머니는,

바람 한 장보다 가벼웠던 삶을 지우고 기다림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난 병실에는,

"시들어버린 꽃만"이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백만 번 시들어도 기다리고픈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려는 듯이~♡

~글을 읽고 마음 속으로 몇번이나 
눈물을 삼켰는지 모릅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