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스포츠/건강 정보

집안의 저승 문... "욕실"​

김정웅 2024. 12. 16. 00:07

 

작년 겨울 일본에 온천 여행을 갔던 한국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직접사인은 심근경색 
등으로밝혀졌지만 이른바 ‘히트(heat) 쇼크’가 촉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히트 쇼크는 
추운 곳에 있던 사람이 욕실처럼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혈압이 뚝 떨어지며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실신하는 현상이다. 이때 넘어지면서 욕조나 변기, 세면대에 부딪혀 
골절이나 뇌진탕 같은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 ‘러브 레터’로 유명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지난 6일 집 안에서 사망했다. 
조사 결과 사인이 욕조 내 익사로 밝혀졌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미호도 히트 쇼크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집 안 욕조에서 익사할 수 있나 싶은데 이런 
사고를 당하는 이가 적지 않다. 아일랜드 출신 인기 가수 돌로레스 오라이어든과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출연했던 매슈 페리도 집 안 욕조에서 목숨을 잃었다.

▶거의 대부분 집에 욕실이 있는 우리나라도 욕실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가정 내 욕실에서 발생한다니 집에 저승 가는 문을 두고 
사는 셈이다. 주변에서 욕실에서 넘어져 골절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한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근력이 떨어진 고령층이 특히 위험하다.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연간 1만9000여 명이 
집 안 욕실에서 목숨을 잃는다. 65세 이상에선 욕조 익사 사고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두 배나 많다. 미국의 75세 이상 노인이 90세까지 살 경우 적어도 5번은 욕실에서 
죽을 고비를 맞는다고 한다. 변기에 앉아 뇌출혈을 당하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예방할까. 추운 데서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면 맥이 풀려 쓰러지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갑자기 들어가는 것도 피해야 한다.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신욕도 오래 하면 
심장박동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술이나 약을 먹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목욕은 즐거움과 위험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몸으로 장수하고 싶으면 
욕실 안전에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한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판을 까는 것은 기본이고 
욕실 벽 전체, 손길 닿는 곳마다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욕조에서 넘어지거나 움직임이 
없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물을 배출, 익사를 막는 장치도 있다니 
조심만 하면 오래도록 욕실을 사용할 수 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