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패배했다. 한국의 보수 진영은 국민들의 지지를 새로이 받기는커녕 오히려 심판당했다. 보수의 앞길에는 길고 어두운 터널이 드리워져 있다. 이제 보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서재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불현듯 에드먼드 버크를 떠올렸다. 프랑스 혁명 발발 직후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1790)을 집필하여 혁명의 급진성을 격렬하게 비판했던 근대 보수주의의 시조. 그에게 조언을 구해 보면 어떨까. 서재 한편에 감춰진 비밀의 문을 열고 발길은 어느새 지하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나: 선생님, 대학생 때 처음 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버크: 오랜만에 만나니 나도 반갑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왜 그리 얼굴이 어두워? 나: 한국의 보수 우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