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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 들이기

김정웅 2025. 1. 18. 00:06

 

한국말에서 독특한 표현으로 ‘뜸 들인다’는 말이 있다. 

밥도 쌀이 익었다고 바로 먹지 않고 얼마 동안의 
뜸을 들여야 맛이 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도 모두 얼마 동안은 뜸을 들인 후 먹는다. 

결국 뜸을 들인다는 것은 발효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를 ‘발효 문화’ 라고도 부른다.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한국문화는 ’기다리는 문화‘ 이다. 
   
한국의 고전을 예로 들면 춘향전과 심청전 모두 기다리는 
이야기들이다. 사랑도 뜸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얼른 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인 후 고백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다소 지루하기는 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다방에서 애인을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뜸 들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잘 알 것이다. 
   
극장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려 본 사람은 뜸 들여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음을 안다. 

기다림에는 희망이 들어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다면 ‘뜸 들임’은 희망을 낳는 일이다. 
   
‘뜸 들임’은 인생의 훈련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빨리 빨리 시대가 되어 무엇이나 속전속결로 나가지만 
빠른 것이 결코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 

지름길과 샛길이 빨라서 좋은 길처럼 보여도 
결과를 보면 역시 정도를 걸어야 한다. 
   
요즘 세계를 호령하는 바둑을 보면 정수를 두어야 한다. 
속임수나 꼼수는 즉시 응징을 당한다. 
뜸 들여 사는 것이 정도다. 

종교도 모두 기다리는 과정을 밟는다. 
명상, 묵상, 묵념, 좌선 등도 모두가 진리를 깨닫기 위해 
뜸 들이는 과정 이라 할 수 있다. 
기다려야 깨달음이 온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길고 긴 바티칸의 돌계단을 무릎으로 
기어서 올라가는 힘들고도 오랜 과정을 통해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
(로마서 1:17)는 신앙의 근본 진리를 깨달아 개신교가 탄생했다. 

’믿음‘이란 뜸을 들이는 것이다. 
예수는 천국 복음을 전하기 전에 한적한 광야에 나가 40일 동안 
명상을 한 후 그 일을 시작했다. 
   
역시 뜸을 들인 것이다. 
생각하고 명상하고 기도하는 일이 곧 ‘뜸 들이는 일’이다. 

속담에 ‘급하면 돌아 가라는 말이 있다.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더 들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직행이 좋아 보여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구글 앱 지도 경험상)
   
특히 인생항로는 뜸을 들일 줄 알아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브라함처럼 서두르면 이스마엘을 낳는다)

하친슨 박사는 수술에 앞서 견학하는 의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수술일수록 절대 서둘지 마시오.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시작해야 합니다.”

수술까지도 뜸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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