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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풍꽃이 되어 우리도 함께 물들어 보자.

김정웅 2024. 11. 25. 00:05

 

[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이른 아침 사진 한 장을 선물처럼 받았다. 
산 그림자가 호수 물에 풍덩 깃들어 있고
아침 햇살이 호수를 붉게 물들이고 
안개가 먼 산허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경주 보문호의 가을. 
사진을 보내 주신 분은 팔순을 바라보는 박사장
동해 바다의 해돋는 일출도 보내 왔다. 
세심하게 살피는 마음의 눈을 가지신 분이다. 
“아들 등에 업혀서” 가을 소풍을 가셨다고. 
잘 걸으시는 분이라 아들 등에 업혀서 간다는 표현은 비유인데, 
그 말이 참 좋았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나들이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힘들 때, 마음이 풍랑처럼 들썩일 때, 
나지막한 경주 남산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제는 이 호수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돌멩이를 던져도 물결이 일지 않을 것처럼 고요하고 너른 호수, 
호수의 마음을 닮아 간다면 나도 근사하게 깊어질 것 같다.

웹으로 아침 인사로 시를 함께 보내 주었다. 
경주 출신의 시인이라 시비가 경주에 있다.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되나? 이런 말을 우리는 쉽게 한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용기가 없을 때,
분투가 필요하지만 겁이 날 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주저앉는다. 

현실은 그대로이고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시인의 마음은 매사에 주춤, 
뒤로 물러서는 우리의 나약함을 시적인 시선으로 신비롭게 탈바꿈시킨다. 
너도 피어나고 나도 피어나면 풀밭이 다 꽃밭이 되리라고 하니 말이다. 
꽃이 피는 일과 물드는 일이 모두 비슷하다. 
나 하나 물든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지만 시인은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말하지 말아라’라는 명령문은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간곡한 질문 덕분에 강압이 아닌 유순한 초대가 된다.

이맘때의 가을산은 하루가 다르게 색이 바뀐다. 
노랑으로 물들어 가는 뒷산 은행나무, 가로수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너도 물들어 가는구나. 나도 물들어야지. 
저마다 다른 색깔로 물든 세상은 조화롭고 아름답다. 
피어나는 일, 물드는 일, 지는 일, 다시 피는 일. 모두 홀로 함께 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먼저 시작하는 용기는 너 당신이 있어 서로 지지하고 
우리라는 힘으로 모일 때 지속적인 추동력을 얻는다. 
우리 잠시 다녀가는 이 세상의 삶이 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밝은 햇살이 비치니 역사요
달빛이 고우니 기적의 선사이다,
행복한 동행은 아름다움이다. 
그건 바로 동반과 함께 나아가는 여정에 깃든 신비다. 
이 가을, 저 단풍들처럼 우리도 함께 물들어 보자. 
아무 두려움 없이 그렇게 함께하자. 
그러면 또 한 걸음 나아간다. 썩 괜찮은 초대이지 않은가.

하늘이 준 보물 같은 가을이다. 

아! 아! 가을 인가봐 ‘단풍들겠네’

인생 아등바등 살아가는게 아니라 기쁘고, 즐겁고, 사랑으로, 아름다워 지는 것
그럭저럭 살아가는게  아니라 재미있게 사는 것
걱정하며 사는것이 아니라, 웃으며 사는 것
힘들게 사는게 아니라 즐기며 사는 것
근심하면서 살아가는게 아니라, 감사하며 사는 것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사는 것이다.
한 번 뿐인 우리네 인생 매순간 아깝지 않게 후회 없이 
꽃 같은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자

가을 숲을 걸으며
옛 애인을 가슴에서 꺼내어
빙그레 웃으며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보자
허밍으로, 휘바람으로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불러보자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창가에
길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나는 차 한잔을/ 마주하고 앉아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우는 바람소리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는 아름답다 향기가 난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지게 서로 세우며, 
섬기며, 존중하며, 존경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사는 것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라 잘 익은 인생(人生) 여든,
저녁 노을 고운 빛깔 처럼 절정(絶頂)을 준비(準備)하는 나이
우리도 한 번 빨갛게 물들어 봐야하지 않겠는가?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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