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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탄 두 사람, 어린 왕족 사후세계 길잡이였나

김정웅 2024. 7. 23. 08:01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교과서에서 만났을 국보다. 기마인물형(말 탄 사람 모양) 토기 2점은 쌍으로 
출토됐는데, 사람과 말의 차림새에서 신분 차이가 보여 각각 주인상과 
하인상으로 이해됐다.

주인상은 머리에 관모(冠帽)를 쓰고 갑옷을 걸친 게 귀족으로 보인다. 오른쪽 허리춤에 
칼을 차고 늠름하게 말을 타고 있다. 말에도 안장, 재갈, 발걸이 등이 완벽하게 표현됐고 

말띠꾸미개[운주(雲珠)]와 말띠드리개[행엽(杏葉)]을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인상은 머리에 상투를 틀어올려 건(巾)을 썼고, 입은 옷도 장식 없이 소박하다. 
올라탄 말은 크기가 작고, 말갖춤은 주인상의 것과 비슷하지만 말띠드리개 같은 장식이 

없이 단순하다. 출토 당시엔 하인상이 앞에 있고 주인상은 그 뒤를 따라가는 것처럼 
나란히 놓여 있었다고 한다. 하인상이 오른손에 둥근 방울을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 기마인물형 토기는 금령총에서 나왔다. 금령총의 금관과 금허리띠는 다른 무덤의 
것들보다 유독 작은 편이라 신라의 어린 왕족 무덤으로 추정된다. 살았으면 제왕이 
됐을지 모를 주인공을 묻으며 신라인들은 사후 세계에서도 그가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은 

생활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을 것이다. 금령총에선 뱃사공까지 표현된 2점의 
배 모양 토기도 나왔는데 모두 완성도가 높다.

말과 배를 타는 모습은 죽음의 세계로 가기 위한 수단이자 죽은 이를 보호하고 
안내하려는 역할의 의미를 담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기마인물형 토기는 편평한 
판을 아래에 받쳐서 세우기 쉽게 만들었다. 말 엉덩이 위쪽에 있는 깔때기에 액체를 
부어넣어 앞에 달린 대롱으로 따르는 주전자로 활용할 수 있어 제의용 토기로 추정된다. 

무덤의 어린 주인에게 지극정성을 다한 신라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2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