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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촛불 기도 / 이해인 시인

12월의 촛불 기도 - 이해인 - 향기 나는 소나무를 엮어 둥근 관을 만들고 4개의 초를 준비하는 12월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촛불을 밝혀야지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 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초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들이고 모두 견뎌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 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 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한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뛰어나오며 행..

좋은 글 2018.12.10

암(癌) 병동에서 '간호사와 사과'

암(癌) 병동에서 야간 근무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고 호출기로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나는 환자에게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습니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황급히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 한 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쫙 풀렸습니다. 그의 옆에선 그를 간병하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나는 다른 환자들이 깰까봐 얼른 사과를 대충 ..

좋은 글 2018.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