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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육사

김정웅 2024. 1. 9. 00:14

이육사 시인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