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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서 뛰어내린 여자의 고백

김정웅 2023. 3. 24. 00:50

 

나는 아파트 10층에 사는데 불행하고 괴로워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떨어지면서 나는 보았습니다. 

 9층에서는 평소에 금실 좋고 화목해 보이던 부부가

주먹다짐하는 게 보였고, 

8층에서는 말도 걸지 못하게 도도하던 여자가

옆집 사내와 끌어안은 게 보였고, 

 7층에서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여자가 약을

한 주먹 털어넣는 게 보였고, 

 6층에서는 돈 많다고 뻐기던 사내가 용돈 더 달라고

아내랑 싸우는 게 보였고, 

5층에서는 법관이라며 근엄하던 사내가 혼자 술 마시며

훌쩍거리는 게 보였고, 

 4층에서는 잉꼬 같은 부부로 소문난 부부가

이혼하자고 다투는 게 보였고, 

 3층에서는 할머니들 인기가 엄청나던 할아비가

아내한테 벌서는 게 보였고, 

 2층에서는 이혼한 여자가 그래도 전 남편이 최고라고

넉두리하는 게 보였고, 

1층에서는 어깨 힘주던 구청장 부부가 피터지게

싸우는 게 보였다. 

​뛰어 내리기 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바보라고 생각했는 데 

떨어지면서 다른 집들을 들여다보니 인생살이가 나만 

불행한 건 아니었다고 여겨졌습니다.

떨어지면서 내가 본 사람들도 낙하하는 나를 보았다면 

스스로 위안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후회하며 바닥에 떨어져 할딱거리는데 시커먼 

저승사자가 내 손을 잡습니다.

순간 "으악" 소리와  "엄마! 왜 그래."하는 딸의 소리에 

그만 낮잠에서 깨었습니다. 

​"내가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가 숨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누군가 만남에 감사하고, 내가 심하게 

불행하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하니 감사할 일이 자꾸 생겨 감사하고, 감사하다 보니 

걱정거리도 고통도 사라지고, 우리의 삶이 

행복해져 감사합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