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서 엿장수로 다음엔 중이 된 사연...
偈頌(게송)
한 걸음 두 걸음, 전후좌우 어디에도 떨어지지 말고,
산이 다하고 물이 마른다 해도 앞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라!
1888년 한 신동이 평안남도 수안이씨(遂安李氏)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이찬형(1888-1966) 어렸을 때부터
총명해서 신동이라 불렸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가르쳤다.
열 세 살 되던 해 정월 보름날, 동무들과 연날리기를 하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런데 인절미를 먹은 것이 목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의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정수리에 쑥뜸질을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쑥으로 뜬 흉터가 성년이 될 때까지도 뚜렷이 남아 있다.
집안에서는 죽은 줄 알고 이불에 말아 한쪽에 치워 놓았다.
귀염둥이 손자가 죽었으니, 상심한 할아버지는 홧술을 폭음하고
그길로 황천객이 되었다. 예기치 않게 줄초상이었다,
그때 삼촌이 마지막으로 어린 조카를 보겠다고
이불을 헤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죽은 지 스무 시간이 넘은 찬형의 맥이 뛰고 있었다.
이 일을 두고 “나는 할아버지의 운명을 대신해서 살아난 것이야!"
그는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다녔다.
일본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1914년 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판사가 되어 함흥지방법원에서 근무하였다.
법관생활 10년이 되던 해 조선인(독립투사)에게
어쩔 수 없이 사형선고를 했다.
이일이 마음에 걸려 자책한 나머지 법원을 떠났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생계를 위해 입고 있던 옷을
팔아 엿장수 생활을 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런 생활에도 독립투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사실을 잊을 수 없어,
금강산 신계사 조실로 있는 석두(石頭)스님을 찾아갔다.
그때 나이는 1925년 38세였다.
그는 문하로 들어가 도를 닦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간청했으나
중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석두스님은 문득 자기가 한 말이 생각났다.
엿장수 생활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조용히 그를 불렀다. “자네 나이가 마흔 가까이지?”
“예, 설흔 아홉입니다.”
“그래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중이 되고 싶단 말이지?”
“예!” 대답이 떨어지자 석두스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논두렁 한 가운데 이르러 스님은 소매에서 바늘을 꺼내들었다.
“자, 두 눈을 감게! 이 바늘을 논 가운데로 던질 것일세,”
에-익 하고 어디론가 던졌다.
“자 이제 눈을 뜨게, 그리고 방금 던진 바늘을 찾아오게.”
“아니 저더러 이 넓은 논바닥에서 바늘을 찾아오라고요?”
그러자 스님은, 바늘을 찾아오면 자네 소원대로 해주겠네!
바늘을 찾는 일이 우선 급선무였다.
이것이 중이 되고 석두스님의 제자가 되는 길이었다.
그는 곧 소매를 걷어붙이고 논으로 들어가
오로지 바늘찾는 일에 진력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엿을 팔던 사내는 논바닥에서
가느다란 바늘이 발바닥을 찌르는 통증을 느꼈다.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로 “스님! 스님! 주무십니까?
바늘을 찾았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스님은 내 약조를 지켜 자네를 중으로 만들어 주겠네!
이렇게 해서 엿장수 사내는 마침내 출가의 뜻을 이루었다.
수행을 거듭한 그는 1962년 한국 불교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으로 추대되었다. 그가 바로 효봉스님이다.
옛날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판사가 스님을 알아보고 사연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제자로는 유명한 구산스님,
법정스님 그리고 중구난방 고은시인이 있다.
버림받고 얻은 사랑이 더욱 소중하다고, 거세게 다투어 얻은 평화가
더욱 고귀 하다고, 치열하게 밀고 처절하게 당겨야 이룰 수 있는
생이고 사랑이라면 그 길을 결코 마다하지 않으마.
白頭山石 磨刀盡 :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버리고
豆滿江水 飮馬無 :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다 말려버리리라.
男兒二十 未平國 : 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화롭게 하지 못하면
後世誰稱 大丈夫 : 후세에 누가 일러 대장부라 부르리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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