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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빈자리 /정홍기 시인☆

김정웅 2021. 1. 8. 16:01

 

부뚜막 위에 놔둔 
생선 한 마리가 없어졌다 

필시 집에 있는 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판단한 주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급기야 집고양이를 죽이고 만다 

확실히 그 집고양이가 먹었다는 
증거도 없이 말이다 

그러나 주인은 
최소한 네가 안 먹었어도 
그 다음 의심이 가는 
쥐새끼들이라도 잘 지켰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울분에 
집고양이를 죽이는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집 고양이를 살리려던 
일부 식구들도 
목청 큰 어른의 위압에 끌려 
고양이를 죽이기로 합의했다 

집고양이가 억울하게 없어진 
그 날부터 
쥐새끼들에게는 
만고에 거칠 것이 없는 
신세계가 펼쳐져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날뛴다 

부뚜막은 말할 것도 없고 
찬장이고 곳간이고 
심지어 다락방, 안방까지 
온통 쥐새끼들 독차지가 된다 

그것도 모자라 
신나게 뛰어 다니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기저기 
구멍을 내더니 
드디어 집 기둥 밑둥까지 
갉아내기 시작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바람이 불던 날 
겨우겨우 버티던 그 초가집은 
소리도 없이 폭삭하고 만다 
 

- 정홍기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위의 詩는 요즘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정홍기 시인의 시다.

우리가 호흡하면서 사는 이 시대를 풍자하는  싯귀들이다.
 
시란 가장 적은 말로써 가장 큰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다. 

싯귀에 나오는 한 줄 한 줄  한마디 한마디, 이게 우리의 운명이고 
과제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에게 펼쳐질 앞날들... 

"날마다 괴로워하지 않는 시인은 병든 시인이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 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은 최소한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분노하라!!!  

결론적으로 여기에서 집주인은 국민이다. 

현 시국에서 국민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면 앞날이 훤히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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