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갈등이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다.
- 시어머니의 증발사건 -
친구들하고 모처럼 여행을 가서 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작년 가을에 일어난 일이라며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그날 모인
친구들에게 담담히 들려 주었다.
그녀는 30평 아파트에 살며, 오랜 당뇨로 투병하던 남편과 사별하고,
남편에게 나오던 연금과 그간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아들을
결혼시켜 살림을 내보내고,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그녀에게 언제 부터인가 아들 내외가 찾아와서
살림집을 합치자며 제의를 했다.
남편 죽고 혼자살며 외로움에 지쳐가던 그녀가
아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게
지난 해 봄이었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런 손자를 보는 것이 그녀에겐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었기에...
그즈음 그녀곁을 떠나 전세 아파트에 살던 아들은
매년 때가 되면 전세를 올려달라는 주인 요구와
맞벌이 하는 아내가 아들 육아문제로 힘들어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를
모시자는 남편의 말에 그의 아내는 한사코
싫다고 하며 합치면 이혼하자며 반대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림을 합친다면,
고부간은 갈등은 눈을 감고도 뻔히 보이는 상황이였다.
그런데 며느리 혼자 해결하긴 힘든 사건이 생겼다. 가까운데
살면서 딸 살림과 아이를 보살펴주던 친정어머니가 지난
겨울 딸 집에 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골반뼈가
부러져 앓아눕고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세를 빼서 은행에 저축을 하고 아들 육아와 살림을
시어머니에게 전부 맡긴 아들 내외는 살림과 육아의 짐에서
한껏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합친 후에 고부간 사이는 몇달동안은 남보기에도
다정한 듯 보였고, 시어머니인 그녀도 아들과 살림을
합친것이 만족한듯 하였다.
사람은 같이있고 가까울수록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고
감사해야 하는데, 며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생겨났다.
시어머니가 집에서 쓰는 생활비를 단 한푼도 안 보태는것 같은
느낌이 들자, 어느날부터인가 아들, 며느리가 자기들이
생활비를 다 낸다며 생색을 냈고, 그말을 들은 그녀는
손주보는데 용돈도 안주면서 하는 말이 너무도
괴씸하고 그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에서 할머니가 한 눈을 파는 사이
손자가 미끄럼틀에서 놀다 넘어지면서 부딪혀 팔뼈가
금이갔다, 그일이 벌어지자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손주를 들쳐업고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깊스를 했다.
며느리가 먼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날 며느리는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지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팔이 부러졌다는이야기를
그녀의 아들에게만 알렸다.
그녀의 전화를 받자 아들은
애들이 크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않냐 하면서
어머니인 그녀를 크게 탓하지 않는 눈치였다.
집에 온 며느리가 칭얼대는 아이의
팔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머니 얘가 왜 이래요?”
시어머니에게 말을 거칠게 쏘아붙이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다가 부딪혀 아파하길래
병원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다는 구나.”
시어머니는 별것도 아닌듯이 말했다. 그말을 듣자마자
휙 돌아서던 며느리가 눈에 불을 켜듯이 시어머시를
노려보다 순간 손바닥을 쳐들더니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 갈기며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노인네가 애나 잘 보지 않고, 뭔짓을 하다 애를 잡아”
시어머니는 눈앞이 번쩍하더니 순간 모든것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옛날부터 애보는 공은 전혀 없다하더니,
어쩌다 내가 며느리에게 뺨까지 얻어 맞다니...”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말이 나오지 않고,
눈물이 왈깍 쏟아지려해 가까스로 참고
안방에 들어와 방바닥에 쓰러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쩌다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이럴수가 내가 세상을 헛 살았구나”그날 밤, 그녀는 아들에게
아무 일도없는 듯이 평소대로 살갑게 대했다.
이사태를 과연 어떻게 할까?
아들에게 조용히 얘기를 할까?
그랬다간 아들성격에 며느리를 그냥
안둘것이고, 부부싸움 끝에 무슨 사단이 나도 날 테고,
그럼 손주는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았다.
며느리의 패륜 사건이 있은 후에 시어머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침묵을 지키며,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면서
혼자서 모종의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부동산중개소를 찾아가 자신 앞으로 있는
아파트를 팔아달라고 내 놓았다.
시세보다 조금 헐한 가격으로하루라도 빨리 매매할 수
있도록 신신당부를 하였다.
아들 내외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며, 어떤 낌새도
차리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조심하였다.
가슴 속에서는 참을수 없는 부화가 치밀어 부글부글 끓어
올라왔다. 이런 어미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무심한 아들놈도 패륜적인 며느리처럼 미웠다.
이대로 아들내외와 남은 생을 같이 살다보면
또다시 어떤 곤욕을 치를지 몰랐다.
무엇보다 아들 내외가 괘씸하고 분해서 한시라도
함께 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릴때 친정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서울에 살던 친정동네 이웃집 아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자신의 아들을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으로 보냈는데,
그 아이가 그만 동네아이들과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것이다.
어미의 슬픔을 누가 헤아릴 수 있으리?
그애 할아버지는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하고 다녔으며,
할머니는 며느리와 아들 얼굴을 제대로 못봤다.
그러나 며느리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견뎌내며,
자신의 시부모에게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애써
그 슬픔을 삭이며 감내해 냈다.
그런데 내 며느리라는 것은 자식 팔좀 금이갔다고,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 갈기는 패륜의
며느리라니...
부동산 사무실에 아파트를 내놓은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
살고있던 아파트 매매가 이루어졌고,
시세보다 일천만원 싸게 넘겼다.
시어머니는 그날 밤, 이른 새벽녘에 쥐도 새도 모르게
아파트에서 빠져 나왔다. 몇 가지 입을 옷만 챙겨가지고
아들곁을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 짐작 할 단서하나
남기지 않았다.
아들 내외는 처음엔 친정에라도 가셨으리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머니가 애지중지 하던 물건도 그대로 있고,
어머니 몸만 빠져 나갔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웬 낯선 사람이 부동산 중개사와 함께
와서 아파트를 비워달라고 했다.
아들 내외는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보고서야,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며느리는 그때서야 자신의 패륜적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곳 저곳 연락을 해보았지만,
어머니의 행방은 묘연하였다.
수군수군 별의별 소문이 다 퍼졌다.
어쩔수 없어 아들 내외는 전세방을 얻어
그 아파트를 떠났다.
아들은 왜 어머니가 아들인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들은 자신이 어머니에게 생활비 외엔
개인 용돈도 안드리고, 자신이 생활비 다 낸다며,
생색내듯 말한것 말고는 별다르게 어머니에게
소홀하게 대한 것을 없는것 같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자책해 보았으나,
며느리인 자신의 아내가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 갈겼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지금쯤 지방에 있는 조용한
실버타운에서 행복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조용한 곳에 자신이 지낼 거쳐를 마련해 놓고,
모든것 구름처럼 바람결에 훨훨 날려 보내고,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는지,
이들가족과 예전처럼 돌아가 화해할 방법은
전혀 없는것인지 모르겠다.
주변에선 크게 상처받은 그녀가
다시는 아들 내외에게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과연 고부간에 속좁은 갈등에서 벌어진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인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패배자다.
아들마저 씻지 못할 불효를 저질렀다.
씁쓸하지만 시어머니의 통쾌한 반격이 이시대를 사는
이 며느리 하나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기대여 살아도 되지만,
이제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벗님들이여~
아니라고 해도 이젠 세상이 그렇게 변했으니...
될수있는 한, 자식들에게 의지하려 들지 말고
혼자라도 쿨하고 재미있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 잘 챙기시고,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커피 한잔, 곡차 한잔 즐겁게 나누며
가는 세월 탓하지 말고,
여유롭고 신명나는 행복한
나날 되기를 마음모아 기도합니다.
혹시, 이글을 보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젊을수록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설계하고, 서로 협력하여 잘 이루어 가며
행복한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친구가 보내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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