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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 /김동길

김정웅 2017. 5. 6. 09:37



사람과 사람 사이 /김동길
 

사람은 혼자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를 수는 있습니다. 어머니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부모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요셉이 있었고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홀로 입산수도하는 사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암자를 혼자 지키는 수도승도 쌀·보리 몇 됫박은 있어야 추운 겨울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느 농부를 찾아가 만나지 않고는 쌀 한 톨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인간’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인간이 존재합니다.

부모는 대개 아들, 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것을 뉘우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나이가

많아도 ‘고아’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슬픈 일입니다.


시집·장가가서 아들, 딸을 낳아 키워봐야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일종의 예술입니다. 예의라는 것은 형식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고귀한 예술입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예의는 있어야 인성이 아름답습니다. 아들, 딸을 자기 소유로

알고 멋대로 다루면 안 됩니다. 그 사이에도 예의는 있어야, 삶이 힘은 들지만,

아름답습니다. 지나가는 사람과의 관계도 무시하지 마세요. 옷소매만 스치고 지나가도

‘인연’이 있음을 깨달으세요.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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