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 왜 다른가?
일전에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가 그가 맡은 어느 일간지의 칼럼에서
<겸허한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한 편 띄웠습니다.
그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정치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라고 하였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던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하던 중 그가
나치 희생자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직접 저지른 죄도
아니건만 사죄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비겁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무릎을 꿇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최 교수는 이어 브란트 자신이 한 짧은 한 마디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독일의 가장 치욕스러운 역사를 증언하는 곳에서 나치에 희생된
수많은 영령을 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최 교수는 “일본에는 언제나 브란트 같은 총리가 나오려나”라고
짧은 탄식을 하였는데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테라스오미가미’(天照大神)의 후손은 사과하지 않습니다.
사무라이(武士)로 지탱되는 일본의 지배계급은 사과할 줄 모릅니다.
일본의 사무라이는 정말 부끄러우면 배를 가르고 세상을 떠납니다.
마르틴 루터를 낳은 독일은 빌리 브란트 같은 총리를 가질 수 있지만 신사참배
(神社參拜)밖에 할 줄 모르는 일본은 아베를 이길 만한 겸허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합니다. 독일인에게 있는
종교가 일본인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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