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지가 않다
평양 기생 매화가 이렇게 읊었다고 전해집니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3월도 다 가고 4월이 멀지 않은데 ‘반가운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은 아직
나에게 없습니다. 어쩌자고 계절이 제정신이 아니고 날씨가 망녕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아마도 기생 매화는 대한민국의 2017년 봄을 걱정하고 이런
시 한 수를 읊은 것도 같습니다.
이승만 나라를 세우고 박정희 ‘보리 고개’를 이겨냈습니다. 공산주의로 세계를
하나 되게 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38 이북의 김일성과 인민군
으로 하여금 적화통일을 위해 남침을 감행케 하였습니다. 놈들을 휴전선 북으로
내몰고 대한민국은 불안한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그래도 북의 김 씨 왕조는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비선을 두고 제왕적 군주로 군림하려 할 때 그 제왕적 대통령의 목을
한 칼에 베어버린 자랑스러운 민주 국가가 되었지만 일부 몰상식한 대통령
지망생들 때문에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습니다.
정치가 이승만의 독무대이던 때에도 대통령 될 준비를 다 갖춘 신익희·조병옥은
당시의 야당이던 민주당에 있었습니다. 오늘 그 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자는
왜 ‘햇볕정책’의 김대중이나 반미 발언 상습자이던 노무현의 뒤를 따르겠다고
공언하는 것일까? 나는 그 동기를 알 수 없습니다. “신익희·조병옥의 정신을
이어받아…”라고 하면 다 좋아할 텐데 하필이면 김대중·노무현처럼 되겠다고
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가?
그래서 아직은 봄눈이 흩날리고 매화는 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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