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한 해’라고들 합니다. 2016년은 특히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진실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어느 해나
그랬습니다. 그렇지 않은 해 즉 ‘태평성대’를 노래한 해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 일도 이 나라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그 대통령을 살려 주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그 일은
그 해의 이른 봄에 있었기 때문에 그 해 연말에는 다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이번
일은 지난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사과문)으로 비롯되었기 때문에
깊은 가을에 발생한 참사라고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을 그대로 안고
‘송구영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탄핵 소추가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아무래도 짐을 싸가지고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를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지만!
이래저래 2016년을 보내는 우리들의 마음이 매우 착잡한 것입니다. 특검도
국회청문회도 야당의 호통도 여당의 자폭도 이 백성에게 이렇다 할 희망도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태극기 앞에 엄숙한 자세를 취하며 애국가 합창에 감동하는 절대 다수의
민초를 생각할 때 우리는 2016년이 불행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희망 찬 2017년을 맞이할 자격이 있는 국민입니다.
- 김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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