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첫 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인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힌 뒤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왕고래 구조’ 시추가 실패로 돌아가자 야당 등에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추가 시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을 통해 의문점을 풀어봤다.
① 첫 번째 탐사 시추에서 무엇을 보았나?
지난해 6월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동해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가 묻혔을 가능성이
큰 유망 구조 7개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대왕고래 구조를 해당 프로젝트의 1차 시추 위치로
정했다. 세계 1위 탐사·시추 기업인 미국 슐럼버거 전문가 등이 탑승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7일간 탐사 시추를 진행했다. 슐럼버거는 지층을 뚫어가며
전자기파를 쏴 근원암, 저류암 등의 구조를 3D로 확인하고, 끌어올린 흙탕물 진액에 있는 가스
포화도를 측정해 가스 흔적을 확인했다. 이번 시추에서는 해저에서 1761m를 뚫어 암석 파편 등
시료 1700여 점을 채취했다. 석유공사는 수개월에 걸친 정밀 분석 용역을 통해 가스의 이동
경로와 성분 등을 확인하고, 오는 8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탐사 시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석유·가스가 발견되지 않은 탓에 이번 시추는 실패로 여겨진다.
강주명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추 성공·실패 여부는 현장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실상
시추가 끝나자마자 판단이 내려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② 시추 한 번으로 끝내야 하나?
전문가들은 첫 시추에서 석유·가스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다.
이근상 한양대 교수는 “첫 시추에서 석유·가스를 발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모두가
한 번에 발견할 수 있다면 누가 오래도록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겠나”라고 말했다. 첫 번째
시추 실패가 프로젝트 전체를 접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교수는 “해외에선 시추공을 3~4개씩 동시에 뚫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죄다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첫 시추의 성공률은 지극히 낮다”며 “다만 거기서 지층 구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다음 시추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도 지난해 6월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할 당시, 20%의 성공률을 감안해
시추공을 최소 5개는 뚫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추 성공률은 저류암, 근원암, 덮개암,
트랩 등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네 가지 조건의 확률을 곱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20%는 업계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확률로 통한다.
다만 교수, 연구자,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이 모여 검토한 끝에 선정한 첫 시추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아쉬운 것은 맞다. 김수이 홍익대 교수는 “시추 결과를
분석하다 보면 남은 유망 구조들의 순위가 바뀌거나 새로운 유망 구조가
도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③ 2차부터는 누가 주도하나?
업계에서는 두 번째 시추공부터 해외 메이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주요 메이저가 참여한다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 메이저에 주도권을 내주면 성공 시 수익을 배분할 때 ‘국부 유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전직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투자 유치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
이라면서도 “단 석유공사가 메이저에 끌려가지 않고,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④ 얼마나 더 뚫어야 하나?
일각에서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추정 매장량이 애초 11조원 규모에서 수개월
만에 2000조원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하지만 11조원은 석유공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계획할 당시에 잡은 기준치로 확인됐다. 자원 개발 업계에서 보는
상업성 충족 기준은 매장량 1Tcf(1조세제곱피트·약 1억7000만배럴)로, 약 11조원 규모다.
물리 탐사 결과로 얻은 동해 심해 가스전의 추정 매장량은 최소 35억, 최대 140억배럴로,
금액으로는 약 570조~2300조원에 이른다. 이미 동해 심해에서 유망 구조 7개를 찾은
상황에서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여러 시추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7개 중 4~5개는 뚫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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