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요동치고 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했다. 주민 약 220만 명을 중동의
다른 나라로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own)해 재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프랑스 동남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중해와 맞닿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폐허가 됐다. 난민 수십만 명이
발생했고,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했다. 트럼프는 이곳을 “지옥 구덩이”라고 부르며 지중해
건너편 프랑스 니스, 마르세유 같은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래대로 돌아가면 지난 100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에 이어 가자지구까지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니
“21세기 식민주의”라는 반응부터 나온다.
▷그 파격성이 놀랍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과
대화했고 그들도 좋아한다”고 한 것과는 달리 이집트·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주변 국가는 가자 주민 이주 구상에 일제히 반대했다.
이스라엘과의 합의로 가자지구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합법적인지,
누가 개발 자금을 대고 어떻게 주민을 이주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다.
미군 파견은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했고, 개발된 가자지구에 누가 살 것인지를
묻자 “세계인”이라고 답했다. 그간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던 동맹들도 반발한다.
▷실현 가능성이 작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반이스라엘’ 연합을 형성하고도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에는 손사래를 치는 이집트나
요르단 등 인접 국가에 대한 압박용, 트럼프 1기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 4개국 간
체결했던 ‘아브라함 협정’처럼 중동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협상용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북한에도 호텔 개발을 제안했던 터라
우리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일종의 ‘충격과 공포’ 작전인지, 정말 부동산 사업을 구상했는지 모르겠으나
그의 머릿속에 팔레스타인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당장 국제법을 위반한 강제 이주가 ‘인종 청소’와 다름없다는 비난이 거세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제1차 중동전쟁으로 수천 년을 살았던 고향에서 쫓겨났던
팔레스타인인들이다. 그후 77년간 숱한 테러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차마 내 집을
떠날 수 없었던 가자 주민들이 다시 난민으로 떠돌지 모를 처지가 됐다.
그들의 기구하고 슬픈 역사가 오늘 또 한 장 늘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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