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네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 갈순 없지만.
돌아 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 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출처:이해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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