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먼저인가?
일제하에 보성전문에서 인재 양성에 진력하던 김성수가 즐겨 쓰던 한 마디가
공선사후(公先私後)였습니다. ‘공’적인 일이 먼저이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루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인촌(仁村)의 그런 휘호를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누구에나 개인이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에 ‘사’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고 자기
자신이나 집안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공인은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가 ‘공’을 앞서면 그 ‘공인’은 ‘공인’의 자격을
상실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교회야말로 개인의
소유일 수 없는데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한심한 아버지 목사들이 없지 않습니다.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 교회에는 머지않아 반드시 무슨 분란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교회분규처럼 보기 싫은 꼴이 어디 있습니까?
한국의 근세사에 있어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은 이완용 등 ‘오적(五賊)’이 나타나
외교권과 군사권을 일본에 팔아넘기는 그 장면입니다. 5년 뒤의 한일합방은 ‘오적’의
만행의 귀결입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설움을 견딜 수 없을 만큼 겪었습니다.
식민지의 젊은이로 살아야 한다는 건 정말 뼈아픈 일이었습니다.
일본이 패망했을 때 미국과 소련은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이 땅에 진주하여 38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들어섰고 38선 이남에는 미군이 들어서서 한 때 ‘미소 공동위원회’가
몇 차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면서 모이기는 했지만 두 나라 중의 어느 나라도 양보할 수
없어서 그 ‘공동위원회’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스탈린과 김일성은 그들의 계획대로
남침을 감행하여 6.25 사변이 일어났습니다.
북의 인민공화국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을 무렵에 북에서 중공군이 밤중에 피리를
불면서 인해전술(人海戰術)을 써가며 한반도에 침입하여 우리는 그 해(1950년) 두 번째
수도 서울을 포기하고 정부도 부산으로 피신하여 그 때에는 부산이 임시 수도였습니다.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나라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안보(安保)’
입니다. 물론 경제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나라입니다. 배고픈 것은
좀 참을 수가 있지만 ‘안보’가 완벽하지 않으면 국민생활은 비참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나라를 지키는 일입니다, 안보입니다. 안보보다는
‘정치’나 ‘외교’가 더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누구이던, 정직한 사람은
아닙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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