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헤라클레스가 길을 가다 조그마한 사과를 발견했다.
하찮은 사과가 길을 막는다는 생각에 발로 툭 찼다.
사과는 길 밖으로 사라지지 않고 곱절로 커지는 것이었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때리자
사과는 더 커졌다.
때리면 때릴수록 덩치가 커지더니 아예 길을 막아 버렸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분노의 사과’ 얘기다.
2500여년 전 그리스 우화를 갑자기 소환한 것은 요즘
문재인 정부의 태도와 너무 흡사한 까닭이다.
윤석열 총장이 헌정 사상 가장 유명한 검찰 수장이 된 것은 여권이
방망이로 때렸기 때문이다. 때리면 때릴수록 그의 명성은
산처럼 높아갔다. 급기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야권 1위로 치솟는 이변이 벌어졌다.
여태껏 일반 국민은 감사원장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최재형 원장은 세인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고명한 인물로
등극했다. 그 역시 여권이 휘두른 방망이 덕분이다.
작금의 ‘시무7조 신드롬’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도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라는
상소문 형식의 시무 7조가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국민들의 호응이 미미했다.
동의자 수가 2만명도 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제멋대로 조회를 막았다가 여론의 압박에 밀려 다시
공개로 전환하자 동의자가 40만명을 넘어섰다.
재공개 사흘 만에 20배나 불어난 셈이다.
평범한 월급쟁이 조은산(필명)은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매화가 향기를 감출 수 없듯 민심의 참뜻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민심의 반발은 권력으로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커지는 법이다.
이솝우화에는 감동적인 후반 줄거리가 있다.
헤라클레스가 화를 참지 못한 채 집채만 한 사과와 씨름하고
있을 때‘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나타났다.
여신은 사과에게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며 어루만졌다.
그러자 사과는 원래의 모습으로 작아졌다.
우화에서 되새길 교훈은 이것이다.
국민 통합은 상대를 따뜻이 감싸는 포용으로만 가능하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식의 억지 통합은
반발과 분열을 초래 할 뿐이다.
방망이로 적은 무찌를 수 있지만
국민을 다스릴 순 없다.
- 세계일보 배연국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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