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렇게 무너지는가?
"정권의 민주주의 전복 시도, 법원 등 승인받아 '합법적' 형태
신문은 정권의 회유와 압박… 비판 시민, 세무조사·소송당해
독재 비판하면 과장 또는 거짓말… 민주주의 붕괴 인지 못해"
김대중 고문
"냉전 기간 전(全)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것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그리스· 가나· 과테말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페루· 태국· 터키· 우루과이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렇게 죽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은 뒤
그 절차(민주주의)를 해체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하버드대학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두 사람이
같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년)의 핵심 논점이다. 저자들은
지도자에 의해 붕괴된 민주주의 나라로 베네수엘라·조지아·헝가리·니카라과·
페루·필리핀·러시아·스리랑카·터키·우크라이나 등을 들었다.
두 사람은 트럼프가 당선된 뒤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이 책을
썼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는 전율을 느꼈다. 이것이 결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라
오늘날 독단적이고 이념 불구 상태인 지도자가 나라를 자기 개인 소유인 양 다그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다음 대목이 어느
나라 얘기인지 우리는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독재정권의민주주의 전복 시도는
의회나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합법적'이다. 심지어 사법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