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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이육사

김정웅 2019. 2. 14. 23:38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


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