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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 놀던 달 /김동길

김정웅 2017. 2. 2. 15:47



이태백이 놀던 달


중국 중경에서 장강(長江)에 배를 띄우고 10여일 흐르고 흘러 상해(上海)에서

육지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삼협(三峽)을 지나면서는 중국의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는 이태백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양인은 누구나 이태백을 사랑합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우리가 어려서 부르던 동요에도 이태백이 있었습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중국인도

즐겨 암송하는 유명한 시가 ‘산중문답(山中問答)’입니다.


어찌하여 이런 깊은 산중에 사는가 내게 물으면

나 대답 않고 빙그레 웃고 마니 내 마음 한가해

복사꽃잎 떨어져 물 위에 흘러흘러 간 곳이 묘연하니

여기가 별천지라 사람 사는 세상은 아니로구나.


사람들이 묻는 말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찡그린 얼굴로

대답을 안 하면 질문한 속인이 가만 안 있습니다. 그래서 빙그레 웃기만 하는

겁니다. 아마도 그 속인에게 이태백이 진심을 토로했으면 싸움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의 가슴에 묻어버린 대답은 틀림없이 “나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여기 사네”였을

겁니다. 속인들이 그 대답을 공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