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 놀던 달
중국 중경에서 장강(長江)에 배를 띄우고 10여일 흐르고 흘러 상해(上海)에서
육지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삼협(三峽)을 지나면서는 중국의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는 이태백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양인은 누구나 이태백을 사랑합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우리가 어려서 부르던 동요에도 이태백이 있었습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중국인도
다 즐겨 암송하는 유명한 시가 ‘산중문답(山中問答)’입니다.
어찌하여 이런 깊은 산중에 사는가 내게 물으면
나 대답 않고 빙그레 웃고 마니 내 마음 한가해
복사꽃잎 떨어져 물 위에 흘러흘러 간 곳이 묘연하니
여기가 별천지라 사람 사는 세상은 아니로구나.
사람들이 묻는 말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찡그린 얼굴로
대답을 안 하면 질문한 속인이 가만 안 있습니다. 그래서 빙그레 웃기만 하는
겁니다. 아마도 그 속인에게 이태백이 진심을 토로했으면 싸움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의 가슴에 묻어버린 대답은 틀림없이 “나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여기 사네”였을
겁니다. 속인들이 그 대답을 공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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