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僞裝)
고요할 때 나는 소리는
큰 소리가 아니어도 들린다.
내가 조용히 있으면
주변의 모든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있다 보면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평소에는
듣지 못하는 옷이 스치는 소리,
사각사각
벌레가 풀을 갉아먹는 소리,
“툭”하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려지지 않으면 자연히 밝다.
그러므로
마음은 맑게 할 일 없으니
흐린 것을 버리면
저절로 맑음이 드러날 것이요…" - 채근담 -
고요는 시끄러움을 삼키고,
시끄러움은 고요를 잠식한다.
고요히 있는 사람은 시끄러움을 아나,
시끄러운 사람은 고요를 모른다.
고요는 질서이다.
어지럽고 어수선한 세상을
‘시끄러운 세상’이라고 한다.
어지럽고 어수선함 속에
거짓과 술수,
교묘함과 교활함이 섞여 있다.
현란하고 소란한 가운데서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간다.
‘현혹’이란
고요 속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수선한 틈을 타,
당신의
소중한 것을 노리는 자들이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
- 한은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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