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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 ..."태평양에 빠져 죽더라도"

김정웅 2023. 5. 31. 11:04

ㅡ1959년 7월 14일 미국산 연구용원자로 1호기 기공식. 당시 대통령 이승만이 직접 
삽을 들었다. 1955년 12월 대한민국은 미국과 ‘원자력의 비군사적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원자력시대를 준비했다.ㅡ

 

전쟁이 끝났다. 통일을 희구했던 꿈은 일장춘몽이 됐다. 만신창이가 된 신생 공화국 대한민국은 

파괴된 발전소 재건과 함께 원자력에 미래를 걸었다. 1955년 7월 1일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과 ‘원자력의 비군사적 이용에 관한 한미 간 협력을 위한 협정’에 가조인했다. 

협정은 이듬해 2월 3일 정식 체결됐다. 그리고 3월 9일 
대통령령으로 문교부에 원자력과가 신설됐다.

1958년 2월 22일 원자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7월 4일 대통령 이승만은 연구로 1호기 구입을 

승인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몇 달 새에 연구용 원자로를 완공하고 점화한 
상태였다. 1959년 2월 3일 대한민국 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됐다. 
장소는 서울 동숭동 서울문리대 캠퍼스였다.

그리고 1959년 그해 7월 5일 미국에서 구입해온 연구용 원자로 기자재가 인천에 도착했다.
진행 속도는 빨랐다. 자재 도착 9일 뒤인 7월 14일 연구로 1호기 기공식이 열렸다. 
기공식에는 대통령 이승만이 직접 참석해 삽을 들었다. 1호기는 1962년 3월 
19일 오전 10시 50분 핵연료를 장전해 3월 23일 정상 가동이 확인됐다.

1978년 첫 상업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준공됐다. 그런데 이보다 2년 전인 
1976년 3월 원자력연구소는 2000년까지 대한민국 전력 50%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이를 국산화한다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핵심 목표 가운데 원자로 설계기술과 
연료 국산화가 포함돼 있었다.(이상 ‘한국원자력연구원 60년사’, 2019)

1986년 12월 4일이었다. 체르노빌 사건으로 세계 원전이 움츠러들었던 겨울날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기술 국산화를 위한 출정식이 있었다. 원자로 계통설계 
연구원 44명이 미국 동부 코네티컷에 있는 ‘컴버스천 엔지니어링 설계센터’로 
유학을 떠나는 날이었다. 당시 연구소장 한필순이 특별히 마련한 이 출정식에서 
연구원들은 이렇게 세 번 외쳤다. “필(必) 설계기술 자립!” 이는 소장 한필순이 
가진 평소 지론이었다. ‘에너지 자립 없이는 진정한 독립이 없다.’

기계부장이던 김병구는 이렇게 기억한다. “우리는 설계기술 자립에 성공하지 못하면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였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장기간 기술정지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한국은 
원자력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총 200명이 넘는 연구원들 가운데 
낙오되거나 이탈한 사람은 없었다.’(김병구, 2019년 4월 4일 ‘대덕넷’ 기고문) 결국 설계는 
물론 핵연료 제조 국산화는 물론 원자로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ㅡ대전광역시 대덕연구개발특구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 중인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ㅡ

 

원자력에서 핵융합으로

그사이 대한민국은 핵분열에너지에서 한발짝 나가 태양에너지와 원리가 같은 

핵융합에너지에 도전했다. 핵융합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리튬을 이용한 에너지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할 때 

헬륨이 생산되고 에너지가 나온다. 이는 1억도라는 

초고온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위해 설립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대덕연구소에는 

핵융합을 위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있다. 1995년 개발을 

시작해 2007년에 완공된 장치다.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1억도를 유지하는 장치다.

 


1995년 개발이 시작된 이래 2011년 이후 세운 기록은 모두 ‘세계 최초’며

 ‘세계 최고’다. 2018년에는 1.5초, 2020년에는 20초 동안 안정적으로 

1억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에는 ‘자그마치’ 30초 유지에 성공했다. 올해 7월은 50초가 목표고 2026년에는 

300초가 목표다. 연구원에 따르면 ‘300초가 지나면 안정되고 지속적인 핵융합이 

가능해지고’ 이는 ‘24시간 정상 가동 기술이 확보됐음’을 뜻한다.

KSTAR가 있는 구역 벽면에는 70여 개 참여기업 로고가 붙어 있다. 연구원장 유석재는

“저 이름들을 볼 때마다 울컥한다”고 했다. 울컥할 만하지 않은가. 이게 성공하면 국토

 3면을 포위한 바닷물이 순식간에 미래 에너지원이 된다. 바닷물 45리터가 가지고 있는 

열량이 석탄 40톤이 내는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자료’,

2023년 5월 12일, p13) 석탄도 모르고 살다가 식민시대를 겪고 전쟁을 겪은

신생 공화국 과학자들이 만들고 있는 미래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