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땔감을 쓰지 않으니 부지깽이가 사라진 시대이다.
수 천년을 우리의 어머니들은 부엌(정지)에서 땔감을 뒤적일 때는 부지깽이가 필요했다.
공간을 만들어 산소가 공급되면 불이 확 붙는다. 불쏘시개는 바싹 마른 솔잎(갈비)이
으뜸이었다. 초목근피를 했으며 민둥산이어서 솔잎도 무척 귀한 시대였다.
부지깽이는 끝이 까맣게 타 있어서 바닥에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여름 한 철 저녁 한 끼는 주로 국수로 때우기 십상이었다.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모깃불을 피운다.
국시를 버지기에 담아서 한 그릇을 비우고 더 먹는다. 애호박을 넣고 끓인
안동건진국수는 지금은 브랜드화 된 전국적으로 유명음식이 되었다.
형수님께 국수꼬리를 얻어 먹기 위하여 나는 부엌에 불도 봐 드리고 애호박도 따다 드렸다.
국수꼬리는 달궈진 불 위에 굽기 위해서는 부지깽이를 써야 한다. 그러면 중간이
붕떠서 씹어 먹으면 참으로 맛이 있었던 간식이었다.
내가 4살 때 시집오신 큰 형수님께서는 여든 중반이 되셨다. 시골에 귀향하여 형님 내외분이
사시는데 어제는 형수님과 한참 동안 통화를 하였다. 4살 때니 나의 아랫도리를
다 보았다고 결혼 후 아내에게 얘기하시어 한바탕 웃기도 했다.
나는 여름밤의 모깃불은 모기가 연기를 피하여 도망을 가는 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 멍석에서 떨어진 곳에 모깃불을 피워 놓으면 모기가
연기를 좋아하여 그 쪽으로 간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다.
재미작가 김은국(작고)은 "빼앗긴 이름(Lost--names)"에 한 여름밤 멍석에서 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소가 파리를 쫒기 위하여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움직이면 워낭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도 있다. 노벨상 후보에도 올랐었는데 그만 일찍 작고하고 말았다.
쇠꼬챙이로 된 부지깽이도 자꾸만 들쑤시면 닳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부지깽이를 쓸 일도
국수꼬리를 구워 먹을 일도 없다.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서 향수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부지깽이 쓰던 시대가 더 없이 그립다. 저녁 연기가 온동리에 퍼지면 마을엔 한 마리의
개가 짖으면 덩달아 온동리 개가 다 짖는다. 컹컹거리며 울린다.
그 소리가 좋다. 개구리가 합창을 하면 박자가 어찌 그리도 잘 맞는지 지휘자 없어도
개구리는 하모니를 잘 이루어 내는 음악의 귀재였다.
참으로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아련히 떠오른다.
그 느낌만으로도 꿈속같이 달콤하다.
- 폭염에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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