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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 철학자 “저는 살만한데… 나라가 걱정”

김정웅 2021. 2. 9. 09:48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17세 때 도산 안창호의 설교를 듣고 뜻을 세웠다. 시인 윤동주와는 어릴 적 친구. 
대학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동문수학했고, 교편(중앙고)을 잡는 동안에는 정진석 
추기경을 길러냈다. 그리고 평생의 벗인 고 안병욱 교수 곁에 자신이 갈 곳을 
마련해 뒀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지만 이 정도 삶이라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올해 우리 나이로 102세가 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저는 살 만한데… 나라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교수는 법 이전에 양심과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법에만 걸리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인데 그건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뿐 인생의 가장 낮은 단계”라며
“양심과 도덕, 윤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중략)

“사회가 유지되려면 진실 정의 휴머니즘이 있어야 해요. 이 가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없어집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런 가치가 다 사라지고 있어요. 지금 대통령 말을 
우리가 못 믿지 않습니까? 지금 여당 대표는 물론이고 그 전 대표는 더 심했고. 정부가 
국민을 걱정해줘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나라와 정부를 걱정하게 만드니…. 
새해에는 문 대통령이 좀 정직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사람이 아니면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아주 편협한 사고방식도 좀 고쳤으면 하고요.”

그는 종종 모르는 사람에게 “대학 등록금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다. 
영문을 몰라 하는 김 교수에게 그들은 “어떤 분이 대신 내주시면서 ‘내가 학생 때 
김형석 선생님에게 등록금을 받았는데 졸업 후 갚으러 갔더니 내게 갚지 말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고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따른 

제자들의 선행이 그도 모르게 30여 년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이런 분의 고언(苦言)은 진심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