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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커피 /이해인

김정웅 2020. 9. 6. 11:25

 

 

어느날의 커피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전호를 
읽어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