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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西山大師) 해탈시(解脫詩)

김정웅 2020. 5. 2. 08:09

 

서산대사(西山大師) 해탈시(解脫詩)

 

서산대사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이며,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이며,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는가.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며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십시오.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며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십시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며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갑시다.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라오.

 

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깊어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 일 뿐이며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독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세상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주어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 것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잠시 머물러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펴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는 것.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겠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지만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겠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다 기쁜 것은 아니라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게 다 사는 것이라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전 남기신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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