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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김정웅 2017. 10. 6. 22:45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풀꽃’이란 詩로 꽤 널리알려진
시인이 '나태주' 라는 詩人이죠. 
 
시골 초등학교 校長으로
은퇴하신 분 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 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詩 중에
우리 마음을 헹궈주는 詩가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추석 은 특히나 정을 주고받으며 따뜻한 정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리운 명절이라 안성맞춤이지 싶어

올립니다. 
 
詩人이 무거운 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며 고생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특별히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입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病과 함께 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절절이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祈禱,
시인 아내의 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病床 밑에서 잠들게
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罪로
한 번의 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詩 외의 것으로는 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
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선물한

만년필과 그간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만은...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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