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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鄕愁)

김정웅 2017. 7. 5. 18:46





향수 (鄕愁)


- 정지용 시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동원, 박인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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