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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닻을 내리자 / 시인 이정님

김정웅 2016. 12. 11. 10:15



이제는 닻을 내리자


시/이정님   

 


이제는 닻을 내려라   

저 멀리 은하에서부터 끌고 온 하얀 절망

하얗게 씻어내고도

출혈을 멈추지 못하면 바다는 오염되고

우리 모두 죽는다 


그동안 혈맥을 타고 흐르던

용 솟음치던 정의는 잠시 비워두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 

   

비분할 동기가 어찌 

분석하고 가름하여 깨끗하여지는 것이랴 

세상은 너무 이미 오염되어 

보잘것없는 내 고통에도 절규한다   


버린 자의 영혼만 깊어지는 이 찰나에 

빈혈에 헐떡이는 지친 언어들이  

이 바다에 안식을 찾고 싶어 한다  


이제는 닻을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