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닻을 내리자
시/이정님
이제는 닻을 내려라
저 멀리 은하에서부터 끌고 온 하얀 절망
하얗게 씻어내고도
출혈을 멈추지 못하면 바다는 오염되고
우리 모두 죽는다
그동안 혈맥을 타고 흐르던
용 솟음치던 정의는 잠시 비워두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
비분할 동기가 어찌
분석하고 가름하여 깨끗하여지는 것이랴
세상은 너무 이미 오염되어
보잘것없는 내 고통에도 절규한다
버린 자의 영혼만 깊어지는 이 찰나에
빈혈에 헐떡이는 지친 언어들이
이 바다에 안식을 찾고 싶어 한다
이제는 닻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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