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나가면?
자본주의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가 성공하여
오늘의 번영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자유’라는 기본적 가치가 오늘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방임’을 견제할 수 있어서 우리들의
풍요로운 삶이 있습니다. 멋대로 살게 내버려 두었다면 ‘자유’는 ‘방종’
으로 변하고 혼란과 무질서가 우리들의 사회와 우리들의 생활을 망치고 말았을
겁니다.
옛날에 이화여대 도서관장을 오래 하신 이 봉순 선생이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관장이 타고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좌석과 좌석
사이를 뛰어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어린애가 지나가는 것을 붙잡고 “이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애를 왜 붙잡고 있느냐고 그 관장
할머니에게 젊은 엄마가 달려와 따지는 것입니다.
“이 애가 뛰어다니면서 소란스럽게 굴어서 좀 붙잡고 있습니다.”
이 엄마라는 ‘괴물’이 이 점잖은 여자 교수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렇게 잡지 마세요. 애가 기가 죽어요.” 이 봉순 관장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댓구도 못하였습니다.
올바른 의미의 자유는 절제나 규제(discipline)가 없이는 간직할 수도 누릴 수
도 없습니다. 모든 어린애들이 모두 기내의 통로에서 쿵쿵 뛰고 다니면 그
비행기의 기장이 가만 있겠습니까?
그것도 수십 년 전의 일, 요새 젊은 엄마들은 더욱 ‘위풍당당’하고 ‘기세 등등’
하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자유’와 ‘방종’은 전혀 질이 다르기 때문에, ‘방종’을 방관하면 질서는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면 다 못살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마침내 그런 때가 와서 난장판이 되어 너도 나도 다 못살게 되었을 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탄식하면 그 때 그 탄식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반미(反美)가 뭐가 나쁘냐?“고 큰소리치던 이 나라의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그런 자가 5년만 대통령 노릇을 하고 퇴임했으니 망정이지 10년 연속 그 자리를
지켰다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아니면 김정은의 손에 이미 넘어가고
말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멋대로 나가면 나라가 망합니다. 우리나라가 멋대로 나가는 그런 대통령
밑에 있을 때 국가적 위기를 맞았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방임’과 ‘방종’을 몰아냅시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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