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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