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는 자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아니하니라.
(누가복음 9:62) 예수께서 친히 하신 말씀입니다. 쟁기를 들고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면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크건 작건 일을
맡은 일꾼들이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어제에만 집착하면
일이 잘못될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왜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가? 뒤만
돌아보다보니 겁이 나서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용기를 잃고
좌절된 셈입니다. 친일파 논쟁으로부터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70년도 더 된 옛날의 일인데 한국의 사이비 ‘애국자들’은 ‘친일파 사전’도 만들고,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끝까지 싸우셔야 됩니다”라고 권면하고
독촉하는 형편이니 그것은 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어떤
배후의 색다른 의도가 따로 있는 겁니까?
일본인들이 만주 땅에 세웠던 건국대학에 다니다가 학병으로 끌려가 고생하다 일본이
망한 뒤에 귀국한 강영훈 총리는, 근자에 세상을 떠났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 총리는 최남선 선생에게서 건국대학 학생 시절에 강의도 들었고 가까이
모신 적도 있다고 하면서, “최 선생이 친일파라니 당치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 분은
정말 애국자셨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아직도 그 ‘친일파 사전’에 더 많은 한국인들의 이름을 올리려고 눈알이 새빨간
상태에서 쑤시고 다니는 인간들은 왜 그러고 다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친일파의 수가 늘어나면 그 만큼 대한민국이 잘 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겁니까?
요새는 별로 쓰이지 않는 순전한 우리말에 ‘뒷간’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변소’ 또는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똥을 눈다”는 말을
“뒤를 보다”라고 점잖게 표현하였습니다. 뒤만 보는 사람은, 나쁘게 말하자면,
똥 누고 똥만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빨리 손 씻고 나오세요. ‘뒤만 보고’ 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남구만의 저 유명한 시조 한 수를 읊조립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들은 상기 아니 일어나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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