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존재의 이유’
내가 사는 동네에 <존재의 이유>라는 철학적 상호를 가진 대중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하는 사람들은 별로 가지 않고 이 동네 공사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주로
가는 음식점인데 밥이나 국은 푸짐하게 주고 음식 값은 가장 저렴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음식이 싸고 맛이 있고 넉넉하니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서 요 몇 년 사이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큰돈 벌었다더라”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혹시 구청이나 세무서에서 그렇게 믿고 달려들면 생사람 잡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존재의 이유>라는 식당의 ‘존재의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저소득층에 싼값으로
좋은 식사를 제공하여 ‘박리다매(薄利多賣)’의 원칙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이 음식점 주인의 철학이고 그것이 이 음식점의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모여 사는 반 만 년 역사의 이 나라 - 왕조시대가 대부분이었고
공화정치가 시작된 것은 겨우 68년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대한민국의 ‘Raison dietre’가 무엇인가?
그것이 문제란 말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나름대로 큰 사명이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그 사명은 세계 평화입니다.
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 - 朝鮮)는 그 사명 때문에
무너지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습니다. 사명이 있는 개인이 죽을 수 없듯, 사명이 있는
나라가 멸망하지 않습니다. 망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나의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
을래야 죽을 수가 없고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시련을 겪어도 쓰러지진 않습니다.
단군이 제시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이 시대의 말로 풀이한다면 그것이 곧
‘세계 평화’입니다. 분열?반목, 분쟁과 투쟁으로 유혈이 낭자한 오늘의 세계가 갈망하는
것이 세계 평화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한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선택하였고, 생각과 행동을
민주적으로 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어떤 몰지각한 인간들이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으면 내가 ‘정신 차려“라고 소리 지릅니다. 북은 머지않아
망합니다. 그리고 한반도는 민주주의로 하나가 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매진할
것입니다.
김동길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방법 /법륜스님 (0) | 2016.09.15 |
---|---|
"借納之辨.世說新語"/ 정민 (0) | 2016.09.14 |
가을에 생각나는 소월의 시 - "못 잊어" (0) | 2016.09.09 |
9월의 기도 /이해인 (0) | 2016.09.07 |
건곤일척(乾坤一擲) (0) | 201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