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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김동길

김정웅 2016. 6. 15. 19:09



원칙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김동길
 
우리는 권모술수(權謀術數)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술수’란 일종의 속임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권모술수를 일삼는

사람과 무슨 일을 같이하기 어렵습니다.그러나 ‘트로이(Troy)의 목마(木馬)’

를 생각하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하여 그것은 부득이한 ‘술수’였다고 믿으며,

오디세우스 장군의 지략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옛날 함석헌 선생에게서 ‘권도(權道)’의 참 뜻을 배웠습니다. 그 낱말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 달성을 위해 임기응변으로 취하는 방편”입니다. 그런데

함 선생께서는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러 ‘권도’의 참 뜻을 일러주셨습니다.


어떤 학교 교장의 아들이 그 학교에 입학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다. 그런데

그 아들이 점수가 모자라서 그만 불합격이 되었다면 그 교장은 그 학교의 교장

노릇을 할 자격이 없다. 입학시험의 점수 한 두 점 때문에 아들을 낙방시키고

무슨 교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 가르침에 큰 뜻이 있다는 사실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변칙(變則) 없이는 원칙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격(格)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파격(破格)이 필요합니다. 나는 군사 쿠데타를 어제도 반대하고

오늘도 반대하고 내일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5.16 군사혁명이 오늘의

한국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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