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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사람들

김정웅 2018. 1. 8. 09:09



보석같은 사람들


각박한 세상에 사람 냄새가 풍기는 흐뭇한 이야기가 있어 이곳에 올려

그 향기를 함께 나눌까 합니다.
 

양천구 신월동의 비좁은 시장통으로 손수레가 지나가려다 길가에 세워둔

외제 승용차 (아우디)를 그만 긁어버린 사건입니다. 
 

7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손수레를 힘들게 끌고 가다가 도로 모서리에

세워둔 승용차의 옆면을 긁었습니다.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던 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수레를 끌던 아이의

할머니였고 그 아이는 손주였습니다. 사고를 바라본 할머니는 손주가 끄는 수레를

부여잡고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지요.
 

할머니가 놀라고 크게 걱정 하는 것을 보던 손주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주의 실수니 할머니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 칠 수도 있을 법한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차 주인에게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알릴 수 있을까 하고 있던 차에

주변을 지나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차 수리비가 상당히 나올 것이라며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요즘 세태를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다쳤는지 살펴주거나, 어쩔줄몰라 하는 할머니를

진정시키려는 사람은 아무도없었습니다. 
 

손수레에는 줏은 파지 몇 무더기와 콩나물 한 봉다리, 그리고 손주가 좋아 할 바나나

송이가 전부였습니다. 아마도 파지는 오늘 벌이의 전부인가 싶고 콩나물과 바나나는

할머니와 손주의 초라한 저녁 찬거리이지 싶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걱정은 차에 낸 흠집을 어떻게 물어줄지가 전부인 듯했습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남의 외제 차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그냥 돌아설 양심은 아닌

듯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한 학생이 휴대폰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차 유리에

붙은 전화번호를 찾아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두어야 하는데 금방 나올 거라고 이렇게 도로에 주차를 해 통행에

방해가 되게 했으니 죄송합니다!" 
 

전화를 받고 곧장 달려온 중년의 남자가 진지한 태도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사과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옆에 서 있던 그분의 부인인 듯한 분은 울고있는 할머니의 손주를 오히려 미안하다며

달래 주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잘 찰려입고 미끈하고 윤기나는 피부와 외제 차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차주 내외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태도가 놀라웠고 예상 못한 아름다운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심쿵하게 받아들이는 걸까요?
 

어느새 우리는 이기심과 타산이 앞서는 세태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처음 이 사건을 보고 SNS에 올렸던 이는 집으로 오는 내내 가슴이 훈훈하고 모처럼

느낀 인간적인 광경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합니다. 그리고 "정말 멋진 사람이다" 하고

중얼거렸다 합니다.
 
그리고 이 삭막한 사회에 보석으로 빛날 사람들이라 생각했답니다. 
 

첫번째 보석은 할머니와 손자.

순박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
 

두번째 보석은 차주 내외.

가진자들의 갑질이 판을 치는 세상에 선한 인간성을 보여준 사람들.
 

세번째 보석은 뜻밖의 기업인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아우디'에서는 그 차의 수리비 일체를 회사에서

부담하겠다고 나섰다지 뭡니까. 
 

우리는 언제 네번째 보석이 될까요? 
 
     (친구가 보낸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