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다 하여
작자 미상의 이런 시조가 한 수 전해집니다.
"말하기 좋다 하여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말 많은 세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말실수’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예부터 말 한 마디 잘못하여 화를 입은 선비들도 많습니다.
그런 재앙은 ‘설화(舌禍)’라고 합니다.
옛날부터 ‘필화(筆禍)’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혀’만 무서운 게 아니라
‘붓’도 무서운 것이어서 붓 한 번 잘못 놀렸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시대는 인쇄물의 홍수일 뿐 아니라 Internet, SNS의 홍수라 잘못된 말과
글이 난무하는 시대라고 가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후진들을 가르치는 훈장 노릇을 한 평생 하다 지금은 늙어서 물러났는데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있는 데서 하지 못할 말을
그 사람이 없는 데서 하지 말라”고 늘 일러주었습니다.
말이란 ‘탁’ 해서 다르고 ‘툭’ 해서 다릅니다. 남의 말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멋대로 전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간질’을 하는 저질의 인간들도 수두룩합니다.
글을 쓸 때만 조심할 것이 아니라 누구와 마주 앉아 말을 할 때에도
‘조심, 조심, 조심’ 하세요.
그리고 되도록 말수를 줄이고 또 줄이세요.
“말로써 말이 많으니!”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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