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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말만 골라서 하는가? /김동길

김정웅 2017. 3. 23. 08:20



왜 그런 말만 골라서 하는가?
 

나는 언론의 자유가 민주사회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많은 언론사들이 특종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사건 하나를 억측으로

꾸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미국의 국무장관 틸러슨이 한국을 방문하여 먼저 판문점을 찾아가

진지한 자세로 시찰을 마치고 베이징에 가서도 중국 외무부장 왕이에게 할 말은

다 하면서 한국이 동맹국가임을 확인한 것이 사실인데 한 언론사는 틸러슨이

미국은 한국은 빼고 일본만을 상대하는 것 같다는 억측을 서슴지 않고 털어놓아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Allies’라는 낱말과 ‘Partners’라는 말이 다소 다른 뉘앙스를 풍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마치 대세가 바뀐 듯이 “큰일났다”고 우리가 떠들면 틸러슨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게 되겠습니까?


그가 용어의 선택을 잠깐 잘못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미국은

우리를 버리고 동북아의 새 질서를 마련하는 것 같다”고 엄포를 놓으면 한국인은

불안하고 미국인은 “그게 아닌데”라며 유감스럽게 여길 것이 뻔합니다.


무쇠로 만든 솥 같은 국민이 돼야지, 잘잘 끓다가 곧 식는 양은 냄비 같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