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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나를 지켜준 시(詩)...윤동주의 '서시'

김정웅 2023. 7. 16. 01:07

윤동주 시인

 

서시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시장에서 30년째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추와 도토리도 빻아 주고, 
떡도 해 주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짜 주는 집인데, 
사람들은 그냥 
기름집이라 합니다. 

그 친구의 가게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달력?, 가족사진?, 아니면 광고? 
궁금하시지요....? 

빛바랜 벽 한 가운데 시 한 편이 붙어 있습니다. 
그 시가 윤동주의 <서시>입니다. 

시장에서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시를 좋아한다니? 
어울리나요...?  아니면....?

어느 날, 손님이 뜸한 시간에 
그 친구한테 물었습니다. 

"저 벽에 붙어 있는 윤동주 '서시' 말이야. 
붙여둔 이유가 있는가?" 

"으음, 이런 말하기 부끄럽구먼." 

"무슨 비밀이라도?"

"그런 건 아닐세. 손님 가운데 말이야. 꼭 국산 참깨로 

참기름을 짜 달라는 사람이 있어." 

"그렇지. 우리 아내도 국산 참기름을 
좋아하지." 

"국산 참기름을 짤 때, 값이 싼 중국산 참깨를 
반쯤 넣어도 손님들은 잘 몰라. 
자네도 잘 모를 걸." 

"......" 

"30년째 기름집을 하면서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욕심이 올라올 때가 
있단 말이야, 

국산 참기름을 짤 때, 중국산 참깨를 아무도 몰래 
반쯤 넣고 싶단 말이지.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내 손으로 벽에 붙여놓은 윤동주의 <서시>를 

마음속으로 자꾸 읽게 되더라고."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구절을 천천히 몇 번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시커먼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30년 동안 시가 나를 

지켜준 셈이야. 

저 시가 없었으면 양심을 속이고 부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하하하."

그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시 한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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